한울이야기

법인[한울Story] 사회적 돌봄효과와 공공성

돌봄부담을 나누는 사회적 지원의 효과는 적지 않았다. 실제 돌봄서비스는 우리 복지관에서 직원들이 꺼리고 맡기 싫어했다. 돌봄서비스는 언어치료나 취업훈련프로그램 또는 평생교육강좌 운영에 비해 전문성이 낮은 폼나지 않는 활동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에게나 그 가족(엄마)들에게 사회적 돌봄은 다른 의미에서 굉장한 치유효과가 있었다.


고립된 상태에서 절망스트레스로 우울에 빠진 엄마와만 매우 단조로운 자극에 놓여있던 발달장애 아이들은 초기에 익숙하지 않는 다량의 자극에 당황하고 무서워 여러 가지 양상으로 격한 반응을 보인다. 하나 이전처럼 귀가조치를 시키지 않고 견디며 시간이 지나면 발달장애 아이들은 점점 사회관계경험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어찌해서 그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또래 돌봄아이들과 종일 부대끼며 지내다 보면 발화가 전혀 안되던 아이가 어눌하지만 몇 개의 단어로 의사표현을 하기도 하고, 주변 아이들 행동에 대한 간접학습이 발생하여 관심영역이 넓어지기도 한다. 아무튼 가족들과는 다른 규칙이 작동하는 사회생활에 속해서 늦은 속도와 더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을지언정 분명하게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간다.


엄마들이 반응은 훨씬 뜨겁다. 주말여가활동을 위해 버스에 오르는 자녀를 보내며 “세상에 이런 날이 오네”라고 다른 엄마들과 감탄섞인 수근거림, 그 동안 한 가지 음식만을 고집하는 둘째 아이 때문에 외식에서 몇 년째 한 집만 가야 했던 어느 가족은 모처럼 평안 속에서 다른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외식비와 더불어 발달장애아이들을 우리 기관에서 반나절 돌봐주는 프로그램 덕택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반응은 이러했다.


“정말 국가나 사회라는 것이 있군요. 아무도 우리 아이와 가족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발달장애인 엄마 자조모임)


사람들은 자신들이 심리사회적으로 겪는 고통 그 자체도 힘들지만 자신들이 겪는 고통을 기대하는 존재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 더욱 깊은 아픔을 느낀다. 돌봄은 그 자체로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립이나 단절이 아니라 속함이나 연결되었다는 체감이야 말로 궁극적인 치료효과를 가진 것인지 모른다.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국민이든 시민이든 꼭 필요한 것인데 시장에서는 돈이 안되서 안하고 개인들은 자원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일에 솔선하고 수범해서 뛰어드는 것이 공공성이다.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수많은 돌봄부담이 아직도 가족들의 사랑에 기대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족들의 돌봄부담을 줄이는데 사회적 자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인명살상무기를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돈을 없애고 사람들의 목숨과 일상을 살리는 사회적 돌봄에 쏟아 부어야 한다.


하지만 돌봄의 공공성은 국가와 같은 공적 영역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민간영역의 공공성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 돌봄은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구체적 물리적 시간의 투여가 절대적이다. 우리 복지관에서 돌봄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이유도 열정적인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얼마간의 돈을 지급하기도 했지만, 무슨 행운인지 지역사회에는 꼭 돈이 되지 않아도 이웃들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오지라퍼들이 있다. 우리 복지관에서 홀로 고립되어 지내는 발달장애인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학대나 착취 혹은 생활상의 위기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지를 살피는 발달장애인 시민옹호인들이 약 40명 활동하고 있다. 복지관 직원들이 수 많은 지역사회 발달장애인들을 일일이 찾아 보기 어려운 형편에서 시민옹호인들은 튼튼한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오지라퍼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조직하는 활동이 지역사회에서 돌봄의 공공성을 증진시키는 일이다.



참고로 언급하면 40여명의 시민옹호인들은 95%가 여성이며, 연령이 50세에서 65세미만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 20년 동안 50만에서 110만으로 2배 늘어난 돌봄노동자들 역시 93%가 여성이며 50대와 60대가 주류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이 오지라퍼로 또다른 열정페이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들의 오지랖이 중요한 사회적 자원으로 귀중하게 쓰일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의 공익을 위해 필요한 일자리가 약 400만명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상당수가 사회적 돌봄노동과 관련이 있다.




원글 [발달장애인-돌봄-공공성-사회적돌봄] 의 일부를 글쓴이 개구리님의 허락을 받아 일부 게시한다. 전문이 궁금하신 분은 개구리님의 글창고를 방문해보시길 권한다.

글쓴이 개구리님은 읽고 쓰는 사람들의 글을 저장하는 글창고(고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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